영국 축구계 인종차별 재연
 
구미조은뉴스/ 편집인 / 윤영학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의 메카 영국. 전세계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는 프리미어 리그는 영국 스포츠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스타플레이어들의 잇따른 인종차별적 언행들이 돌출되면서, 근절되지 않은 ‘스포츠의 인종차별’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축구협회(FA)는 인종차별에 대해 다소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제제를 취해왔다. 그 것은 인종차별이 세계 각국 출신의 다양한 선수들이 합류하여 겨루는 프리미어 리그의 인기와 명성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이십여 년 전까지는, 인종차별 행위가 훌리거니즘이라는 골칫거리에 묻혀 그다지 큰 쟁점이 되지 못했었다. 격렬한 경기에서 격앙된 선수들간의 있을 수 있는 마찰 정도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적당한 지역감정 자극이 게임과 팬들의 열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시각마저 있었다. 오히려 일부 선수들의 동성애 문제가 건장한 사내들이 펼치는 승부의 세계라는 이미지를 훼손시킬 시급한 위험요소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각국출신의 감독과 스타플레이어들의 발탁이 늘어나고 프리미어 리그가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끄는 스포츠로 부상함에 따라, 인종차별 행위는 페어플레이를 추구하는 스포츠의 암적인 요소로서 퇴치대상이 된 것이다.


스포츠 인종차별 철폐의 상징이 된 존 반즈

인종차별 철폐가 시급한 과제로 본격적으로 대두 된 것은 자마이카 출신 전설적인 스타 플레이어 존 반즈가 1987년 리버풀 구단에 입단하면서 발생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흑인이므로 리버풀에 입단하지 말라는 경고 편지를 보수적인 팬들로부터 받았고, 에버턴과의 경기 도중 상대 팬들로부터 바나나를 투척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공격력으로 리버풀을 최강의 팀으로 만들고 리그와 FA컵 우승을 이끌었고, 현재까지도 리버풀에서 가장 사랑 받는 선수중의 하나가 되었다. 리버풀 팬들은 아직까지도 존 반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존 반즈는 인종차별 반대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축구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인종차별 추방을 위한 지난 이십여 년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되살아 나는 인종차별의 불씨

첼시의 존 테리는 지난해 퀸스파크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안톤 퍼디난드에게 블랙이라는 말이 들어 간 여자의 성기를 지칭하는 욕을 퍼부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오는 7월 재판정에 서야 하는데, 영국에서 인종차별은 심각한 범죄행위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대한 FA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존 테리는 맡고 있던 영국 대표팀의 주장자리마저 박탈당했다. 이 일로 인해, 이탈리아 출신인 파비오 카펠로 영국대표팀 감독이 유탄을 맞았다. 유로 2012 본선을 불과 4개월 남짓 남겨놓고 전격 사임하게 된 것이다. 카펠로 감독은 “판결에 의해 유죄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테리가 영국팀 주장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FA는 감독의 해고를 경고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결국, 그는 지난 달 9일 웸블리 구장에서 데이비드 번스타인 FA회장과 만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임의사를 밝혔고, FA는 사표를 즉시 수리했다. 후임으로 히딩크, 해리 래드냅, 조세 무리뉴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외국인 감독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토트넘 구단의 래드냅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스포츠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한다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선발에는 유리 천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프리미어 리그에는 흑인 감독이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한편, 리버풀의 우루과이 출신 스타 플레이어 루이즈 수아레즈가 지난해 10월 맨유와의 경기에서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니그로라고 불러 영국축구협회로부터 4만 파운드의 벌금과 8게임 출전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리버풀과 수아레즈는 부당한 처사라고 반발하면서, 수아레즈가 그려진 티셔츠를 선수단 전원이 착용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빈축을 샀다. 특히 흑인을 폄하한 동료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입은 흑인 수비수 글렌 존슨의 모습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FA의 진상조사 보고서의 공개 이후 악화되는 여론에 밀려 수아레즈가 마지 못해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진 수아레즈의 돌출행동으로 또 다시 끓어 올랐다. 지난달 출전금지 종료 후 참가한 맨유와의 경기에서 게임 시작 전 양측 선수들간의 악수교환 중 에브라가 내민 손을 거부한 것이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수아레즈는 리버풀의 수치다.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뛰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또, "우리는 축구를 하며 오랫동안 인종차별과 싸워왔다. 존 반즈를 향해 바나나가 날아들던 시절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인종차별 문제를 뜨거운 이슈로 부각시켰다. 이렇게 되자, 전세계에 팬들을 가지고 있는 리버풀 구단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리버풀의 최대 스폰서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이 실망감을 구단에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수아레즈와 리버풀은 사과의사를 밝혔고 맨유가 받아들임으로써 사건이 진화됐으나, 인종차별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축구계 사태에 개입하는 영국 정부 

축구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긴 영국 정부가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영국 정부는 더 많은 소수민족들이 참가하고 감독들이 나올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FA에 3백만 파운드(한화 약 54억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기침체에 따라 이민족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종차별주의가 사회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캐머런 수상은 지난 2월 말 축구관계자들을 초청하여 수뇌회담을 개최하고 인종차별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회담에서 최근 스포츠에 다시 출현하고 있는 인종차별주의를 추방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마련할 것을 축구 지도자들에게 주문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흉내 낼 수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모욕적인 행위들을 중지 시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달 13일 열렸던 아스톤 빌라와 맨체스터 시티 간의 경기 시작 전, 아스톤 빌라의 어린대표가 맨체스터 시티의 어린이 대표의 내민 손을 수아레즈처럼 무시했던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FA의 번스타인 회장은 회담에서 두 달 안에 인종차별을 퇴치하기 위한 자세한 방안을 내 놓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담에서는 사라지지 않은 게임 중 동성애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도 함께 논의 되었다.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달 23일 취리히에서 열린 회의에서 ‘경기 종료 후 악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베켄바워 FIFA 회장은 수아레즈의 악수거부 사건에 대해 “그런 일은 살다가 처음 봤다”며 “절대로 다시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 했다. 수아레즈는 외국인 신분으로서 인종차별 범죄로 기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존 반즈가 피해자로서 인종차별 해악의 상징이 되었다면 수아레즈 가해자로서 인종차별 추방의 상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런던타임즈 www.londontimes.tv>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2/03/17 [14:03]  최종편집: ⓒ 구미조은뉴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